이미지

PORTFOLIO



[사사 5편] 사사 인터뷰, 사람의 기억을 역사로 바꾸는 시간

글쓴이 master 작성일 2026-05-13 01:35 조회 17



사사 인터뷰, 사람의 기억을 역사로 바꾸는 시간


핵심 요약


사사의 깊이는 인터뷰에서 결정됩니다. 같은 사건을 겪은 사람도 기억하는 장면은 모두 다릅니다. 그 차이가 만들어 내는 입체감이 사사의 진짜 가치입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사사 인터뷰의 기술을 현장 경험으로 정리했습니다.



문서는 사실을 남기지만 인터뷰는 진실을 남깁니다


사사 제작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언제나 인터뷰 자리였습니다. 한 임원께서 30년 전 위기의 순간을 회상하시다가 잠시 말을 멈추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날 사장님이 마지막 자금을 들고 거래처를 찾아가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 한마디 안에 회사의 30년 역사가 압축되어 있었습니다.


문서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합니다. 그러나 사실만으로는 사사가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사실이 왜 일어났는지, 그 순간 사람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결심으로 다음 결정을 내렸는지. 이런 것들은 오직 사람의 입에서만 나옵니다.


그래서 인터뷰는 자료의 보충재가 아닙니다. 사사의 본체를 이루는 주재료입니다. 인터뷰가 흔들리면 아무리 자료가 많아도 사사는 평면적인 책이 됩니다. 반대로 인터뷰가 충실하면 자료가 다소 부족해도 사사에 생명이 깃듭니다.

---------------------


인터뷰 대상 선정의 세 가지 원칙


인터뷰는 누구를 만나느냐에서 절반이 결정됩니다. 사사 인터뷰 대상자를 정할 때 적용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시간의 균형입니다. 창업기, 성장기, 도약기, 현재로 이어지는 시기마다 그 시대를 가장 잘 아는 인물이 한 명 이상 포함되어야 합니다. 현재 임원진의 증언만으로는 30년 전 창업 현장의 공기를 담을 수 없습니다.


둘째, 시선의 균형입니다. 경영진의 시선만으로 사사를 쓰면 회사는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됩니다. 현장 실무자, 생산직 근로자, 영업 담당자, 비서, 운전기사처럼 다른 자리에 있었던 분들의 증언이 함께 모일 때 사사는 입체가 됩니다.


셋째, 관계의 균형입니다. 회사 안의 사람만이 아닙니다. 오래된 거래처, 평생을 함께한 협력사 대표, 가족, 동문, 스승, 라이벌까지. 회사 밖의 시선이 들어와야 회사가 어떻게 비쳤는지가 드러납니다.


이 세 가지 균형을 염두에 두고 대상자 리스트를 짜면 보통 20명에서 40명 정도가 정리됩니다. 이 중 핵심 인터뷰는 깊이 있게, 보조 인터뷰는 한 시간 이내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입니다.

-----------------


인터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두 가지 준비


좋은 인터뷰는 인터뷰 자리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전에 결정됩니다.


첫 번째 준비는 인물 사전 조사입니다. 인터뷰 대상자의 입사 연도, 담당했던 업무, 함께 일했던 동료, 결정적 사건과의 연관성을 미리 정리합니다. 본인의 이력서, 사내보 기사, 회사 자료에 등장하는 모든 흔적을 모아 한 장의 인물 카드로 만듭니다. 이 카드 없이 인터뷰에 들어가면 표면적인 질문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준비는 질문지 설계입니다. 다만 질문지는 대본이 아니라 지도입니다. 인터뷰가 흘러가는 방향을 잡아 주는 뼈대일 뿐,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순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질문지는 크게 세 층으로 구성합니다. 사실 확인 질문, 사건 재구성 질문, 감정과 의미 질문입니다. 이 순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인터뷰 대상자도 점점 깊은 이야기로 들어오게 됩니다.

--------------------


인터뷰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


실제 인터뷰 자리는 질문지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오히려 질문지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진짜 이야기가 나옵니다.


좋은 인터뷰가 만들어지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충분한 시간입니다. 한 시간을 잡아 두면 한 시간짜리 이야기만 나옵니다. 핵심 인터뷰는 최소 두 시간, 가능하면 반나절을 확보합니다. 처음 30분은 인사와 워밍업으로 흘려보낸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듣는 자세입니다. 인터뷰어가 너무 말을 많이 하면 대상자는 자기 이야기를 깊이 풀어놓지 못합니다.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잠깐의 침묵 뒤에 가장 진솔한 이야기가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매개물의 활용입니다. 오래된 사진, 옛 사옥 사진, 손때 묻은 명함, 빛바랜 카탈로그를 미리 준비해 인터뷰 자리에 함께 펼쳐 놓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각적 단서를 통해 깨어납니다. 한 장의 사진이 한 시간짜리 증언을 끌어내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넷째, 동석자 조율입니다. 직속 후배나 비서가 함께 자리하면 편안해지는 분도 있고, 반대로 솔직한 이야기를 어려워하는 분도 있습니다. 대상자의 성향을 미리 파악해 동석자 여부를 조율해야 합니다.

-----------------


기억의 한계를 인정하고 교차 확인합니다


인터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기억의 불완전성입니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형됩니다. 두 사건이 합쳐지기도 하고, 순서가 뒤바뀌기도 하며, 본인의 역할이 강조되거나 약화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기억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인터뷰는 반드시 교차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 최소 두 사람 이상의 증언을 듣고, 문서 자료와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만약 증언이 어긋난다면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본 것입니다. 이 차이 자체가 사사의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증언이 엇갈리는 사건은 단정적으로 쓰기보다 양쪽의 시선을 함께 담는 방식이 더 정직합니다. 사사는 한 명의 회고록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기억이 모인 합본이기 때문입니다.

--------------


녹취와 정리, 그 이후가 진짜 작업입니다


인터뷰가 끝났다고 작업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됩니다.


녹취는 가능한 한 인터뷰 후 일주일 이내에 정리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의 분위기, 말투의 떨림, 눈빛에 담긴 의미가 잊혀집니다. 녹취록에는 단어뿐 아니라 인터뷰 당시의 감정 메모도 함께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에서 목이 메었다, 이 대목에서 한참 말을 멈췄다 같은 기록이 나중에 집필 단계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정리된 녹취록은 대상자에게 한 번 더 확인을 받습니다. 본인이 한 말이 정확한지, 공개해도 좋은 내용인지, 수정하거나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점검합니다. 이 절차를 거치면 발간 후의 분쟁이 거의 사라집니다.


다만 본인 확인 단계에서 너무 많은 수정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솔직했던 증언이 매끈한 공식 답변으로 바뀌면 사사의 생명력이 사라집니다. 어디까지 수정을 받아들이고 어디는 원형을 지킬 것인지 제작 파트너와 사전에 기준을 합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말로 다 풀 수 없는 이야기를 다루는 법


인터뷰 중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의 갑작스러운 사망, 가족 간의 갈등, 사업 파트너와의 결별, 본인이 책임지고 결정했던 뼈아픈 실패. 이런 이야기 앞에서는 인터뷰 대상자도 말을 고릅니다.


이때 인터뷰어의 자세는 두 가지로 갈립니다. 끝까지 캐묻지 않는 자세와, 다른 방식으로 다시 묻는 자세입니다. 정답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 기준은 분명합니다. 사사에 담을 이야기인지, 담지 않더라도 들어 두어야 할 이야기인지를 미리 구분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야기가 책에 실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들어 둔 이야기는 사사의 다른 페이지에 보이지 않게 스며듭니다. 인터뷰는 책에 싣기 위한 작업만이 아니라, 사사 전체의 톤을 결정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


인터뷰가 사사를 살리는 마지막 한 가지


긴 시간 사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인터뷰는 대상자가 인터뷰 후에 이런 말을 남길 때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 보니 저도 정리가 되네요.


사사 인터뷰는 단순히 정보를 받아 내는 자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다시 한번 정돈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대상자가 만족하고 돌아갔다면, 그 인터뷰는 분명히 좋은 콘텐츠를 남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사 인터뷰는 결국 사람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그분이 살아낸 시간을 충분히 들어 드리고, 그 안에서 회사의 역사를 길어 올리는 작업. 이것이 사사 인터뷰의 본질입니다.




다음 편 예고 — 집필, 흩어진 목소리를 하나의 서사로 엮기


다음 6편에서는 집필 단계로 들어갑니다. 자료조사가 재료를 모으는 일이었다면, 인터뷰가 그 재료에 숨을 불어넣는 일이었다면, 집필은 모든 조각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일입니다.


수십 명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나의 책으로 통합할 것인가. 사실과 감정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다음 편에서 사사 집필의 원칙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사사 인터뷰는 몇 명 정도를 진행하나요?


회사 규모와 역사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명에서 40명 사이에서 결정됩니다. 이 중 핵심 인터뷰가 5명에서 10명, 보조 인터뷰가 나머지를 채우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인원수보다 중요한 것은 시기와 시선의 균형이 잡혀 있는가입니다.


Q2. 인터뷰 한 건당 시간은 얼마나 잡아야 하나요?


핵심 인터뷰는 최소 두 시간에서 반나절을 확보합니다. 한 시간만 잡으면 워밍업하다 끝납니다. 보조 인터뷰는 한 시간 내외에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질문지가 잘 설계되어 있어야 합니다.


Q3. 인터뷰 대상자가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시면 어떻게 하나요?


녹음에 대한 부담, 공개 범위에 대한 우려, 자기 말이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의 원인입니다. 인터뷰 전에 사용 범위와 본인 확인 절차를 명확히 설명드리면 대부분 안심하십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워하시면 비공식 대화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Q4. 창업자가 이미 세상을 떠나신 경우에도 사사를 만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가족, 오랜 측근, 함께 일했던 임원, 거래처 대표, 동문 등의 증언을 모아 창업자의 모습을 재구성합니다. 또한 창업자가 남긴 자필 메모, 편지, 일기, 사진, 인터뷰 영상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직접 인터뷰가 불가능한 만큼 자료조사와 주변 인터뷰의 깊이를 더 높여야 합니다.


Q5. 인터뷰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 같을 때는 어떻게 처리하나요?


단정적으로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결론짓지 않습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복수의 증언과 문서 자료를 함께 정리한 후, 가장 신뢰도가 높은 증언을 본문에 싣고 다른 시각은 각주나 박스 형태로 함께 소개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사사의 객관성과 풍부함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Q6. 인터뷰 녹취록을 본인에게 확인받아야 하나요?


권장합니다. 본인 확인을 거치면 사실관계 오류를 줄일 수 있고, 발간 후의 분쟁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확인 단계에서 표현이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어지지 않도록, 어느 부분까지 수정 가능한지를 미리 합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Q7. 인터뷰 영상도 함께 촬영하나요?


최근에는 인터뷰 영상을 함께 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사사 책자와 별도로 디지털 사사, 사내 교육 영상, 창립기념 다큐멘터리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 촬영을 병행할 경우 조명과 음향 환경, 카메라 부담에 대한 대상자의 적응 시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1 / 1
  • 문의하기

    폼을 불러오는 중...

문의하기